주차장 중심 고양형 햇빛연금 본격화
화석연료 의존 지속…부서 칸막이 여전
“부지 부족 아닌 행정 조정 부재가 원인”
시민참여와 ‘조정자 행정’으로 전환해야

킨텍스 제1전시장 지붕 태양광 발전시설. 262.2kW 규모로 2025년에 설치 완료된 공공 태양광 발전설비다. 고양시 제공
킨텍스 제1전시장 지붕 태양광 발전시설. 262.2kW 규모로 2025년에 설치 완료된 공공 태양광 발전설비다. 고양시 제공

[고양신문] 민선9기 고양시가 시민이 에너지 생산 주체로 참여하고 발전수익을 공유하는 ‘고양형 햇빛연금’을 공식화했다. 기후위기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당위적 명분을 넘어, 도시형 태양광 인프라 확충을 통해 에너지 전환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공직사회의 복지부동과 부서 칸막이, 공공부지 활용을 둘러싼 제도적 조정 체계 부재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본지는 민선9기 주요 정책과 현장 활동가 인터뷰, 전문가들의 의견 등을 종합해 고양시 도심형 태양광 정책의 현주소와 실효성 있는 대안을 짚어봤다.
 

소극적 감축 목표, 화석연료 집착과 상충
얼마전 고양시가 밝힌 햇빛연금 정책의 핵심은 관내 설치 의무화 대상 공영주차장 41개소(약 3만5500㎡)를 시민참여형 발전소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시는 총사업비 약 300억원을 투입해 8,875㎾ 규모의 태양광 설비를 단계적으로 구축할 경우 연간 약 11.6GWh의 전력을 생산하고, 연 20억원 안팎의 발전수익을 거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위해 시는 이달부터 ‘시민참여형 발전사업 연구용역’과 ‘공공부지 발굴 조사’에 착수해 신안군 등의 햇빛연금 선도 모델을 고양시에 맞게 설계하고, 2027년 1㎿ 규모의 시범사업을 거쳐 자유로 법면, 체육시설 등 공공 유휴부지로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아울러 노후 아파트 공용부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아파트 RE100’과 한국에너지공단 주관 신재생에너지 융복합지원사업을 연계해 문촌마을 5단지 등 공동주택 옥상 태양광 보급도 병행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민선9기 고양대전환준비위원회 활동 백서’에도 뚜렷하게 반영돼 있다. 백서의 환경경제분과 검토 공약에는 ‘태양광발전 수익 시민환원형 햇빛연금 도입’과 ‘체육시설 태양광 설비 설치’가 핵심 사업으로 배치됐으며, 아울러 분산에너지 특화지구 지정을 주요 과제로 채택했다. 과거 소수 인원으로 운영되며 공공 자산의 사익화 논란을 빚었던 일부 협동조합 모델을 지양하고, 자산운용사를 결합한 ‘고양시민 펀드 플랫폼’을 구축해 공공성을 확보하겠다는 복안도 담겼다.

하지만 고양시의 전반적인 에너지 정책 방향은 이 같은 구상과 맞물리지 못하고 엇박자를 내는 모양새다. 고양시 탄소중립 기본계획상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2018년 대비 36%로, 정부 목표(40%) 및 경기도 가이드라인보다 낮다. 아울러 경기도 에너지 통계에 따르면 도내 전체 태양광 설비용량 중 고양시 비율은 약 2% 수준에 그쳐 31개 시군 가운데 중하위권에 머무는 등, 총 발전량과 에너지 자립률 모두 부진함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 가동 중인 백석동 한국동서발전 열병합발전소(900㎿)에 더해 창릉신도시 내 500㎿급 천연가스 화력발전소 건립이 지속 추진되고 있으며, 민선8기 시절 수립된 고배출 수소 클러스터 계획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는 노후 화력발전을 줄여나가려는 중앙정부의 방침에 역행해 대규모 화석연료 기반 시설을 오히려 늘리는 처사로, 한편에서 추진하는 햇빛연금 정책과 상충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에너지 전환, 정책 의지와 공공성 확보가 핵심”
현장에서 오랜 기간 시민햇빛발전 운동을 이끌어온 박평수 고양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에너지 ‘지산지소(地産地消·지역 생산, 지역 소비)’의 관점에서 정책 전환을 강력히 촉구했다.

박 이사장은 “통상 1㎿ 태양광은 4인 가족 기준 360가구가 한 달간 쓸 전력을 생산하는데, 고양시는 일산종합운동장 주차장, 버스 공영차고지, 한강변 자전거도로 등 유휴부지가 널려 있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외부 송전망을 타고 들어오는 전기는 30~40%의 송전 손실이 발생할 뿐 아니라, 막대한 에너지 구매 비용이 관외로 유출되는 것”이라며 “지역에서 청정에너지를 직접 만들어 소비해야 전력 판매 대금이 지역경제 안으로 순환될 수 있다. 이것이 곧 민경선 시장이 공약한 ‘1조원 지역순환경제’의 든든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 집행부의 구조적 한계를 꼬집었다. 박 이사장은 “기후에너지과 일개 부서의 협조 요청만으로는 각 부서가 쥐고 있는 주차장, 도로, 체육시설 등의 부지를 내놓게 만들 수 없다”며 “시장이 직접 주재하는 간부회의에서 부지 발굴을 지시하고, 발굴 실적을 공무원 인사고과와 인센티브에 직결시키는 식의 정책 의지가 선행돼야 복지부동을 깰 수 있다”고 말했다.

이웃 지자체인 수원시의 선진 사례도 언급됐다. 박 이사장은 “수원시는 버스 공영주차장에 대규모 발전소를 지을 때 수원도시관리공사와 시민사회적협동조합이 초기 계획부터 머리를 맞대고 함께 부지를 설계했다”며 “고양시 역시 부지 전수조사를 철저히 거친 뒤, 특정 업체 낙점 방식이 아닌 공익성을 담보한 협동조합 및 시민펀드 구조로 투명하게 문호를 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양시민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 2024년 대의원 워크숍. 고양시민햇빛발전사협 제공
고양시민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 2024년 대의원 워크숍. 고양시민햇빛발전사협 제공
499.8kWh 용량의 고양시민참여햇빛발전소 2호기. 고양시민햇빛발전사협 제공
499.8kWh 용량의 고양시민참여햇빛발전소 2호기. 고양시민햇빛발전사협 제공

문제는 ‘부지’ 아니라 ‘행정 조정자 부재’
실제 고양시를 비롯한 수도권 도심 지역에서 태양광 확산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기후정책 싱크탱크인 녹색전환연구소가 지난달 발행한 이슈브리프 ‘도시형 태양광 확대를 위한 정책 제안’은 기존의 ‘도심 부지 부족론’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연구소 분석 결과 전국 도시 옥상 태양광의 기술적 잠재량은 104.7GW에 달해, 정부의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목표(100GW)를 넘어설 수 있는 규모로 나타났다. 결국 도시 태양광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설치할 공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널려 있는 공간을 ‘사업으로 연결하지 못하는 행정적 공백’ 탓이라는 지적이다.

해당 보고서는 도심 태양광 보급의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 지방자치단체 내부의 소유 및 관리 권한 분산에 따른 행정 병목현상을 지목했다. 에너지 담당 부서가 부지 확보를 추진하더라도 공영주차장, 체육시설, 도로망 등 관련 부지가 교통행정과, 주차관리과, 체육정책과 등 여러 부서로 쪼개져 있어, 관리·유지 책임이나 수익 귀속 문제를 놓고 부서 간 핑퐁식 책임 미루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더해 높은 도심 토지 가격, 전력 계통 연계의 불확실성, 소규모 사업자의 정보 부족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사업 추진을 가로막고 있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연구진은 ‘사업용’과 ‘자가용’을 구별한 맞춤형 대응책과 함께 지자체의 적극적인 ‘행정 조정자’ 역할을 해결방안으로 제안했다. 공영주차장, 도로법면 등 사업용 공공 유휴부지는 지자체가 전수조사를 거쳐 사업 대상지를 투명하게 관리·공개해야 한다. 동시에 에너지협동조합처럼 주민이 직접 출자 및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시민참여형 특수목적법인(SPC)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나아가 창출된 발전수익의 일부는 단순 배당에 그치지 않고 지역 에너지기금으로 적립해 에너지 취약계층 복지에 재투자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아파트 등 공동주택 중심의 자가용 태양광은 입주자 동의 요건 완화와 더불어, 사전설명회부터 금융·시공·유지관리·보험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표준사업모델을 공공이 선제적으로 제시해야 민원과 행정 장벽을 넘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녹색전환연구소 여미영 지역전환팀 선임연구원은 “재생에너지 전환 초기에는 단순한 보급 용량 목표 달성도 중요하지만, 발전수익이 시민 복지로 체감되고 지역 선순환 경제의 토대를 만드는 것이 더 우선돼야 할 정책 목표”라며 “지방정부가 칸막이를 허물고 부지 발굴부터 인허가, 전력판매, 수익 환류까지 전 과정을 유기적으로 잇는 ‘조정자’ 역할을 맡을 때 진정한 의미의 ‘햇빛나눔도시’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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